IQ라는 이름의 굴레를 벗어나자(연대학보-연세춘추)
등록일 l 07-04-06 18:03 조회 l 7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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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레이션 석주희

[IQ라는 이름의 굴레를 벗어나자! ]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 ‘포레스트’의 IQ는 ‘75’다. 하지만 아들의 교육에 대단히 열성적이었던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의 정성에 하늘도 탄복했던 것일까. 포레스트는 ‘달리기’에 남달리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다. 그는 미식축구 선수로 당당히 대학에 입학하는가 하면, 전장에서는 그 빠른 다리로 동료들을 구해내 국민적 영웅이 되기도 한다. 또한 새우잡이 어선의 선주가 돼 큰돈을 벌기도 했다. 포레스트는 비록 지능은 낮았지만, 특별한 재능을 발휘해 부와 명예를 다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요즘은 “IQ가 인생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는 맹목적인 믿음이 제법 수그러든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EQ(감성지수), SQ(사회지수) 등 다른 인성지수들이 보완하게 됐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높은 IQ를 자랑하는 소위 ‘영재’ 혹은 ‘천재’는 여전히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이 된다. 또한 기업입사 시험이나 대입시험에서 치러지는 인·적성 검사는 지능검사와 유사한 유형의 문제를 일정 부분 포함하고 있어 지능지수에 대한 우리의 변함없는 미련을 보여준다. “IQ가 높으면 무조건 좋은 거 아닌가요?”라는 권병현(화학공학·06)씨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IQ에 대한 고질적인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05년에 프랑스의 알프레드 비네(Alfred Binet)에 의해 처음 개발된 지능검사는 초등학교 정규 수업을 받기 힘든 정신박약아를 구별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 후 한 세기가 흐르는 동안 지능검사는 눈부시게 발전했고, 오늘날에는 인간 지능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인정받게 됐다. 멘사코리아 김현 홍보분과장은 “지능검사 종류만 해도 줄잡아 60~70가지 이상”이라며 “대표적으로 웩슬러 검사, 스탠포드-비네 검사, 레이븐스 매트릭스 검사가 많이 사용된다”고 설명한다. 지능검사는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개는 기억요인, 수리 요인, 지각 요인, 공간 요인 등 총 7가지의 정신능력을 측정한다.

한편, 우리가 IQ에 대해 가지는 가장 큰 오해는 ‘IQ 가 높으면 학업 성적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학업 성적과 IQ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학업 성취도는 지능뿐 아니라 창의력, 기질, 생활환경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이유는 머리탓이 아니라 노력을 안 하는 탓’이라는 엄마들의 변명이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셈이다. 다만 “지적잠재력이 큰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적은 훈련과 노력, 짧은 시간으로도 지적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는 김 홍보분과장의 말처럼 IQ는 성적 향상에 하나의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IQ는 믿을 만하며 고정불변한 수치인 것일까. 이에 대해 김 홍보분과장은 “지능은 ‘지적 잠재능력’과 ‘지적 능력’이라는 두 가지의 개념이 혼용되고 있어 판단에 혼란을 일으킨다”며 “잠재능력을 측정하도록 설계된 지능검사의 결과는 3세 전후에 80 퍼센트 이상 완성돼 14세면 거의 고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능검사의 종류와 시기, 그리고 검사받는 사람의 정서 상태 등에 따라 IQ 수치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또한 학교에서 집단으로 실시되는 지능검사의 경우, 개인 지능검사보다 그 신뢰성이 떨어진다. 이렇듯 IQ의 신뢰성과 선천성을 둘러싼 의견은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지적 능력이 훈련을 통해 개발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이의가 없다.

“내 자신의 능력을 IQ로 수치화해서 한계를 짓고 싶지 않다”는 민소희(언홍영·07)씨의 말처럼 한 사람의 삶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데 있어 IQ는 허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영희는 노래를 잘하고 철수는 춤을 잘 추는 것이 개인의 재능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높은 지능지수 또한 그 사람이 가지는 하나의 특기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 강조아 기자 [email protected]                                                      2007년 04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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