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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형 영재의 교육과 진학(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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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l 07-08-16 22:19
조회 l 60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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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죽이는 우리나라 영재교육]
자기주도 학습 영재들의 갈등… 학원 안 다니면 과학고 진학 어려워
[기사바로가기] 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15142&pdate=뉴스메이커-737호
“인재가 넘쳐나고 있다. 과장해 말하면 한 집 걸러 영재가 있다.
과학영재를 뽑더니 수학, 정보에서 음악, 미술 영재까지 국가기관에서 뽑고 있다.
각 교육청마다 영재가 넘쳐나고 있다. 대학교도 마찬가지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영재를 교육하고 있는데,
문제는 제대로 교육을 하고 있느냐다. 초등학생이 고등학생이 푸는 수학문제를 푼다고 다 영재가 아니다.
국가의 영재교육 정책은 특목고 진학을 위한 과정으로 변질되고 있다.
영재를 많이 뽑을 게 아니라 과학영재라도 제대로 교육하는 정책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
대학과 교육청의 영재교육원에서 교육받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공통적으로
영재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재성 없어도 선행학습 하면 OK
양대희군(대전매봉중 2)과 어머니 김명주씨.
수학과 과학에 영재성을 보이는 양대희군(대전 매봉중2)은 공주대 부설 영재교육원에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다니고 있다. 대전에 살고 있지만 교육여건이 좋은 공주대로 주말마다 ‘영재교육’을 받으러 간다.
그렇지만 요즘 양군과 부모는 고민에 빠졌다. 수학자나 과학자가 되는 것이 장래 목표인데
지금과 같이 공부하다가는 자칫 과학고에 진학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무엇보다 과학고 학생 선발이 ‘선행 학습’ 위주이기 때문이다.
현행 학생선발 방법으로는 사설 학원에 등록해 과학고를 대비해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수학이나 과학에 영재성이 있어도 들어갈 수 없다.
양군은 지금까지 성적 위주나 선행학습 위주의 수학공부를 해오지 않았다.
그동안 수학과 과학의 기본 원리나 기초를 튼튼히 쌓는 공부에 주력해왔다.
올림피아드대회는 학원에 다니면서 준비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는데 그런 공부를 하지 않았다.
올림피아드는 얼마만큼 선행학습을 했느냐에 따라 성적이 좌우된다.
중2가 고3이 풀 수 있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는 철저한 선행학습을 통해서 가능하다.
“어릴 때부터 숫자에 재능을 보였어요. 아이가 스스로 멘사(IQ 148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는 국제영재협회.
-한국멘사 김현 홍보과장은 현재 우리나라 회원 수는 1000명 정도라고 밝힘)
홈페이지를 찾아가 수학퍼즐을 푸는 걸 즐기더라고요.
멘사 테스트도 먼저 응시하겠다고 해서 보게 했고 멘사 회원이 됐어요.
저 혼자 문제를 풀면서 ‘원리 공부’에 열중했어요.
지금까지는 아이의 성적 올리기나 올림피아드 대회 입상에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어머니 김명주씨는 “대전에는 과학실험을 할 수 있는 기관이 많아 일찍부터 과학실험을 통해 호기심이 생기게 했다”
면서 “그런데 요즘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과학고를 목표로 잡으면 학원을 다니며 선행학습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씁쓸하게 말했다.
반면 양군은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수업에 열중하고 문제풀이나 필기만 잘해도
과학고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양군과 어머니가 겪고 있는 고민은 바로 우리나라 부실 공교육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재교육원 재학생, 진학 앞두고 고민
최정문양(영등포중 3)과 어머니 박정남씨.
최정문양(영등포중 3)은 특이하게도 다방면에 걸쳐 영재성을 드러내고 있다.
최양은 어릴 때부터 도전해보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어머니 박정남씨는 “정문이는 그야말로 이것저것 안해 본 게 없는 ‘도전짱’”이라고 말했다.
최양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는 꼭 도전하는 성격.
서울대 학생이 풀지 못하는 수학문제를 풀면서 방송매체를 통해 얼굴이 알려지기도 했다.
어머니 박씨는 “어릴 때부터 신기할 정도로 말을 잘 알아들었다”고 회고했다.
“아이가 돌 때 가족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사진사가 ‘20년 동안 사진을 찍어오면서 이 아이만큼
말을 잘 알아듣는 아이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돌이 된 아이에게 얼굴을 좀 옆으로 돌리라고 하면 따라했거든요.
보통 아이들은 앙앙거리면서 울기 십상이죠. 그래서인지 커서도 언어 재능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정문양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각종 대회를 휩쓸고 다녔다.
노래대회를 비롯해 글짓기, 동요, 동화구연, 미술 등 대회마다 나가 상을 받아왔다.
KBS 합창단에 들어가 활동을 했고 올 초에는 바나나 우유 광고에도 나갔다.
어머니 박씨의 표현대로 ‘이것저것’ 도전해보는 최양의 장점은 마침내 공중파 출연까지 이어진 것이다.
최양의 영재성이 드러난 것은 오빠 덕분이다.
“카이스트 2학년에 다니는 오빠는 일찍부터 수학과 과학에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오빠가 초등 6학년 때 제1회 영재어린이선발대회에 나가려고 신청을 하자
그때 8살이던 정문이가 자신도 신청해달라고 떼를 썼어요.
그게 멘사 테스트였는데, 정문이가 156이 나왔습니다.
오빠도 오빠지만 정문이도 오빠 못지않은 영재라는 것을 알게 됐죠.”
최양이 각종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학원에 다닌 적은 한번도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가 생기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서 스스로 배우고 익힌다.
자신이 하고 싶고 또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그 목표를 이룬다는 것이다.
어머니 박씨는 “정문이는 거의 ‘방목’하면서 키운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공부든 대회출전이든 자신이 마음먹은 일을 척척 해내기 때문에 굳이 간섭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설 학원에 다니지 않았지만 과학영재올림피아드(수학) 장려상, 대한민국 수학경시대회 금상을 받기도 했다.
최양은 현재 교육청과 서울교대 영재교육원 두 곳에 다니고 있다.
내년이면 고교에 진학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모녀도 요즘 고민이 많다고 한다.
특히 외국어 고교와 일반 고교 중에서 어디에 진학해야 할지 아직 정해지 못했다.
최양의 장래 목표 가운데 하나가 아나운서.
최근에는 학교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MC를 맡아 소질을 발휘하기도 했다.
-특목고·명문대 진학용으로 변질
김응기씨와 아들 진산군(봉황중 3), 어머니 김경숙씨.
공주에 사는 김진산군(봉황중3)은 정보 분야에서 영재교육을 받고 있다.
공주대 영재교육원정보반에서 4년간 컴퓨터 교육을 받았다.
초등 2학년 때 워드자격증을 딴 것을 시작으로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
지난달에는 삼성SDS가 주최한 IT꿈나무 올림피아드에 2등급(1~4등급)으로 입상했다.
김군은 시골에서 자라서 어릴 때 체계적인 영재교육을 받지 못했다.
아버지 김응기씨는 “아이가 어릴 때 전화번호부 책을 읽어달라고 해서 전화번호를 읽어주었는데, 신기하게도
수에 대한 감각이 뛰어났다”면서 “병원에 가면 달력을 보고 숫자를 읽어달라고 해 애를 먹기도 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또 어릴 때 유일하게 음악학원을 다녔는데, 이때 작곡을 해와 아버지 김씨를 놀라게 했다.
시골에 사는 김씨로서는 아이가 음악에 재능을 드러내도 지원할 여력이 없어 더 이상 음악학원에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김군의 장점은 혼자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것.
현재 수학과 과학은 고3 과정까지 참고서를 구입해 원리 분석을 하며 혼자서 공부했다.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와 일본어에도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1 때 국제통역사절단협회 선발대회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 3개 국어에 출전했다.
1차 관문을 통과해 현재 이 협회의 정회원이다. 공주에서 열린 아시아연극제 통역자원봉사에 참가해 활동하기도 했다.
김군의 목표는 글로벌시대를 주도하는 인재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IT분야를 공부한 후 로스쿨에 진학해
글로벌 시대를 주도하는 정보기술 분야나 특허권 분쟁을 조정하는 국제법률가가 되는 것도 생각 중이다.
이 세 명의 영재는 학원이 충동하는 성적 올리기나 특목고에 가기 위한 영재 만들기에 ‘가담’하지 않고
자기 주도로 공부해왔다. 그렇지만 이들은 우리나라 영재교육은 과학고나 명문대 진학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여기에 사설 학원이 끼어들어 폐해 또한 심각하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박정남씨는 “영재들이 명문대학을 나와 취직할 곳이 마땅치 않아 학원 강사로 나서거나
아예 ‘영재학원’을 차리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게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학원에서 영재교육을 받은 영재들이 명문대를 나와 영재학원을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영재교육 정책이 더욱 체계화되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최효찬<객원기자> 2007 08/14 경향신문 뉴스메이커 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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