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멘사 탐방(월간조선)
등록일 l 06-01-03 21:24 조회 l 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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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2004년 2월호
[특집] IQ - 1등 국가, 한국인의 두뇌연구
IQ 148 이상 천재들의 모임 - 한국멘사 탐방
                                                 
『보통사람의 反感 때문에 英才는 逆차별 당해요』

                                                              李根美 자유기고가 ([email protected])
상위 1.5%가 적응할 수 없는 사회

<한국멘사 회장 池亨範(왼쪽)씨와 朴東哲 재정이사.>

머리가 아주 좋은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머리 좋은 사람들의 모임 한국멘사(www.mensakorea.org) 회원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한마디로 피곤하다』고 답했다. 멘사(Mensa·둥근 탁자란 뜻)는 1946년 英國에서 출발했다. 종교와 인종 등 다른 조건은 배제하고 오직 지능지수(IQ)만을 가입 조건으로 삼는 단체이다. 현재 회원이 100개국, 10만 명에 이른다.

1996년에 발족한 한국멘사는 月 1회 레이븐스 방식으로 테스트를 실시하는데 IQ 148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일반 학교에서 실시하는 IQ 테스트의 135와 비슷한 수준이다. 만 14세 이상부터 테스트받을 자격을 주는데, 지금까지 합격자는 2000여 명. 현재 정회원으로 활동하는 회원은 300여 명이다. 회원의 대부분이 10代와 20代이다. 멘사 회원이 된다고 하여 특별한 혜택은 없지만, 회원들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얻는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특혜라고 생각한다.

한국멘사 회장인 池亨範(지형범·45) P@ge1 부사장과 재정이사 朴東哲(박동철·35) CJ시스템즈 과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시절 IQ테스트에서 150을 넘었던 英才들이다.

서울大 수학과를 졸업한 池亨範씨는 『출신 고등학교에서 가장 높은 예비고사 점수를 받았지만 학교 다닐 때 늘 성적이 우수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방대 출신인 朴東哲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컴퓨터에 빠져 학교 공부를 소홀히 했었다』면서 『식사도 거르고 컴퓨터에 빠지는 바람에 어린 나이에 위장병을 앓았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池亨範 회장은 『IQ 테스트에서 상위 5∼15%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합니다. 다른 아이보다 우수하여 주목받고 사랑받는 이 사람들은 주변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죠. 하지만 상위 5%, 특히 1.5%에 속하는 고도 지능아들은 피곤한 인생을 삽니다』라고 설명했다.

『知的인 능력은 다른 아이보다 열 배, 스무 배 높은데 정서적인 면이나 체격은 같거나 나쁠 수도 있어요. 또래와 어울리면 5분도 되지 않아 지루함을 느낍니다. 인내심이 없으니 길게 얘기할 수가 없어 어른들과도 어울리기 힘듭니다. 그러니 언제나 혼자 지낼 수밖에 없어요』

이들은 어릴 때 엉뚱한 질문을 하여 교사에게 오히려 핀잔을 들은 경우도 많다고 한다.

『鹽田(염전)에 대해 배울 때였어요. 「계속 바닷물을 끌어들여 소금을 만들면 바닷물이 싱거워지지 않겠느냐」고 질문했더니 선생님이 「내가 그걸 알면 대학교수 하지」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러니 질문을 해봐야 소용이 없었지요』

池亨範씨는 중학교 때부터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日記를 쓰면서 자신과 대화하는 것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고 한다.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까 책만 계속 읽었지요. 서울大 수학과에 입학했을 때 나처럼 중ㆍ고등학교 시절에 고통받은 친구들이 많더군요. 서로 개성이 강하니 거기서도 어울리기가 쉽지 않았어요. 12년 동안 교회에서 야학교사를 하면서 청소년들을 가르쳤는데, 그때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었고 지금은 아주 좋아졌습니다』

朴東哲씨도 질문을 하면 핀잔만 받아 더욱 컴퓨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말수가 적고 활동력도 부족하다

朴東哲씨는 대개 친구도 없이, 상대해 주는 어른도 없이 혼자 고통스런 청소년기를 보낸 한국멘사 회원들의 성향을 이렇게 분석했다.

『프론티어 정신을 갖고 있어서 통하기는 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특징이 있어요. 남이 무슨 얘기를 하면 논리적으로 따지면서도 자기 의견 제시하는 걸 꺼려합니다. 엉뚱하게 행동하고 호기심이 많아요. 85%는 아주 조용한 성격입니다. 남들 앞에서 거의 표현을 하지 않지요. 나머지 15%는 한 가지 일에 깊숙이 빠지는 마니아的 기질을 갖고 있어요. 모두들 퍼즐에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池亨範씨는 英才교육의 해법을 이렇게 제시했다.

『머리가 좋은 애들을 일반 학교에 그냥 두면 안 됩니다. 그렇다고 어디 모아 놓고 그들끼리 경쟁시켜서도 안 됩니다. 각자에게 맞는 1 對 1 교육이 가장 좋아요. 좋은 공간을 마련해 주고 마음껏 놀라고 하면 됩니다. 英才들은 의문이 나면 책에서 해답을 찾습니다. 선생님은 과제를 던져주고 가끔 힌트만 주면 됩니다. 운동과 음악 교육을 함께 시키고 비슷한 애들끼리 발표도 하게 하면서 팀워크를 이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면 좋겠죠』

池亨範씨는 세계 어디서나 머리 좋은 사람들은 환영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 가지 더 갖춘 사람에 대한 반감 때문에 英才들이 逆차별을 받는 겁니다. 사회는 뛰어난 사람을 지원하여 이용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머리 좋은 애들에게 좋은 교육까지 해 더 누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죠』

그런 정서 때문에 한국멘사는 후원받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머리 좋은 사람들을 지원할 게 뭐가 있느냐」는 생각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효율적인 英才교육에 나서야

머리 좋은 두 사람에게 머리 좋은 아이 만드는 법을 들어봤다.

『産母의 영양상태가 중요합니다. 임신했을 때 태아에게 最適(최적)의 조건을 마련해 줘야죠. 그와 함께 대뇌 구조가 완성되는 3세까지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하면서 깨끗하고 안온한 분위를 조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3세 이후부터는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그 아이와 집중적으로 대화하면서 아이의 의문을 풀어 주고 폭넓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되겠죠. 이는 英才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줘서는 안 됩니다』

池亨範씨는 『멘사 회원들에게 영국과 미국 연수 기회를 주어 폭넓은 경험을 쌓게 하고 싶고, 회원들이 全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일을 하도록 돕고 싶다』고 한다.

한국멘사 회원 몇 명이 3년 전 「드림프리」라는 벤처회사를 차려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몇 년 전 17세 된 회원은 바둑판 게임기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선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池亨範씨는 잠재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청소년기를 고통스럽게 보낸 두 사람에게 다시 태어난다면 英才와 凡才 어느 쪽으로 태어나고 싶은지를 물었다.

『머리 좋은 게 훨씬 좋아요. 적은 노력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걸 습득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청소년기를 괴롭게 보냈지만, 사회와 화합하면서 즐거운 일이 많습니다. 회사에서나 개인적인 일에서나 능력을 발휘하여 성취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는 英才를 제대로 교육하면 우리나라는 물론 人類에 기여할 수 있다며, 국가가 英才교육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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