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sa는 천재집단이라기 보다는 동호회 집단[조선일보]
등록일 l 05-05-17 00:57 조회 l 6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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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술사 이은결(가운데 노란옷)을 초빙. 마술 시그 정기 공연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신문기사 원본 :  http://www.chosun.com/w21data/html/news/200408/200408240059.html

- Mensa는 천재집단이라기 보다는 동호회 집단


대학생 Y군(24·서울 돈암동)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잘 달아오른 냄비에서 후두둑하고 튀겨져 나오는 팝콘처럼 다양한 관심사를 가졌기 때문이다.
소믈리에(포도주 감별사) 자격증을 소지할 정도로 포도주에 조예가 깊고,
아마추어 마술사로도 활동하며, 가끔 자신이 작곡한 곡을 피아노로 연주해서 주변 사람을 놀라게 한다.
벤처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컴퓨터 실력을 자랑하며,
주위 사람에게 “파마머리 C컬로 예쁘게 말렸네요” 라고 말할 정도로 패션 미용까지 섭렵했다.
그는 친구들에게 ‘엉뚱한 녀석’ 또는 ‘대단한 녀석’으로 통하지만, 이런 시선이 가끔 부담스럽다.

그러나 독특한 그를 이해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바로 IQ 148 이상의 수재들의 모임인 멘산(멘사 회원) 친구들.
“멘사에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이렇게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가져요.
그 곳에서 전 엉뚱한 존재가 아니죠”라고 Y군은 말한다.

멘사(MENSA)는 ‘탁자’를 뜻하는 라틴어. 이는 인종과 피부색, 종교, 민족, 나이, 정당, 교육과
사회 배경을 초월하는 ‘둥근 탁자의 모임’ 이라는 뜻이다.
1946년 영국에서 시작될 때는 극소수의 싱크탱크(think tank)를 위한 모임이었다.
그러나 1976년 미국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멘사 회원이 즐기는 퍼즐 문제를 연재하면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현재 영국과 미국에만 10만명의 회원이 있고,
아시아에선 홍콩,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한국에는 1996년에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다.

한국멘사(www.mensakorea.org) 회장 지형범(45)씨는
“멘사회원들은 학술적인 의미로 천재가 결코 아닙니다.
또한 한국 멘사의 성격은 싱크탱크의 집단이기보단, 동호회와 비슷합니다”라며 ‘
천재들의 집단’은 과장이라고 했다.
실제로 회원들은 학술 분야와 관계없는 동아리(SIG·Special Interest Group·동아리와 비슷)들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현재 공식적으로 약 16여 개의 시그가 있다.

대표적인 시그로는 ‘칵테일 시그’, ‘마술 시그’, 코스프레(만화캐릭터 흉내내기) 시그인
‘MIB(Miracle Image Bank의 준말)’, ‘TRPG(Table Talk Role Playing Game·역할 놀이) 시그’, ‘
기차와 소나무(주로 30대들의 친목 모임)’ 등이 있다.
이들 모임은 취미활동을 함께 하거나, 회원들끼리 친목을 도모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 유명 마술사 이은결씨가 소속된 법인 ‘비즈 매직’의 대표 최병락씨가 운영하는
‘마술 시그’처럼, 취미를 넘어 전문가 수준을 자랑하는 경우도 있다.

알려지지 않은 엉뚱한 시그들도 상당수에 달한다고 한다.
가령 ‘심령술’, ‘흉가 찾기’ 같은 것은 양호한 편이다.
멘사 회원인 20대 A군은 “비도덕적인 해킹이나 마작·포커 등의 도박 같은 것을
순수한 호기심으로 연구하는 시그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직업이 택시 운전사인 한 멘사 회원은 일을 마치고 나서 춤, 판소리,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김현진(35·기차와 소나무 시그장)씨 말처럼, 멘사 회원들은 관심사가 매우 다양한 것이 공통점이다.
시그도 2~3개 소속으로 활동하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이렇듯 관심 분야가 넓다보니, 이들은 외국 문화를 가장 먼저 접하는 집단이기도 하다.

작년부터 크게 대중화되었던 보드게임의 경우, 멘사 회원들이 이미 몇 해 전에 해외에서 가져와
국내에 보급했다고 한다. 이들은 보급에 그치지 않고 연내로 한국산 보드게임을 만들어 시판할 계획이다.

다른 동호회와 다르게 멘사 시그만의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김현진씨는 “멘사 회원은 대부분 생각이 독특하고 취미가 다양하다. 내가 속한 다른 커뮤니티와 다르게,
멘사 내에서는 독특함이 평범함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다른 멘사 회원 오동명(27·칵테일 시그장)씨는 “멘사에서는 엉뚱하고 이상한 생각을 늘어놓아도 다들 용인해준다”며 “한 멘사 회원이 지하철 1호선을 외운다고 하자, 옆 사람은 2호선을 외울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엉뚱한 것들이 용인되는 모임이다”고 말했다.

지형범 회장은 “지금은 한국에 멘사가 정착하고 있는 시기”라며,
“점차적으로 동호회 성격에서 학술적인 면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 시작으로 한국 멘사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적 능력과 사회 적응의 발달이 비례하지 않아 문제가 되는 영재들의
올바른 성장을 목적으로 한다.
지금까지는 교육적 컨텐츠가 부족해 13세 이하는 멘사 가입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멘사 측은 9월 초에 신청을 받아서, 10월에 실시하는 테스트를 통과한 영재들을 대상으로
경기도 분당의 한국멘사 본부에서 집중적인 영재 교육을 할 예정이다.       
                                 
                                                                  2004년 8월 24일 - 조선일보 발췌  문의 (031)703-3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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